Witch’s book: Encyclopédie méthodique ou par ordre de matières, 2004     

                      

Witch’s book: Encyclopédie méthodique ou par ordre de matières: Excavation and restoration history project. Part 1-Excavating and studying an imaginary book, 2004

 Witch’s book: Encyclopédie méthodique ou par ordre de matières: Excavation and restoration project part 2- tracing the origin of an imaginary book at the Piana library. Cesena, Italy, 2006 

Oilism Project : The Fourth Wave

:The World of Johnson's Baby Oil 2003     


Oilism Project : The Fourth Wave: The World of Johnson's Baby Oil 2003                                                                         

오일리즘 프로젝트 작업노트(2003)

<제 4의 물결: 존슨즈 베이비 오일의 시대(The Fourth Wave: The World of Johnson's Baby Oil)> 


사람들은 행동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모종의 논리로 이루어진 단단한 인식의 기반을 딛고 있다. 직물의 씨실, 날실처럼 겹겹이 짜인 각각의 논리적 근거, 과학적 이유, 관례적 태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촘촘히 얽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지나치며 유영하는 매끈한 물고기처럼 - 금기의 벽을 교묘히 피해가며 - 마치 완전히 자유로운 듯이 행동한다. 당신이 일하는 사무실 복도에서 동료를 만나면 안면에 웃음을 띄우며 인사하라. 만약 그 사람과 두 번째로 마주친다면 눈썹을 아치형으로 찡긋거려라. 그러나 결국 세 번째에도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다면 재채기를 하며 모르는 척 하라. (.......아마도 상대방도 떨어뜨린 펜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일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전언을 듣고 나면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정교한 규칙 속에서도 제법 허우적대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기특해지기 시작한다. 

섬세하게 쌓아 올려진 젠가(jenga) 의 옆구리에서 블럭 하나를 빼낸다고 해도 전체 기둥이 무너지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소해 보이는 변화는 연쇄적인 변이를 일으키고, 거기서 파생된 위화감은 우리가 밟고 있는 단단한 논리 기반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단지 하나의 제반 요소를 재설정함으로써 우리는 낯설고 새로운 행동 규범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로 인한 불편함은 암묵적이고 보편적으로 사회적 멘탈리티를 지배해온 상위 개념을 끄집어낸다. 

동일 선상에 놓인 사람들은 (언제나 예견에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미래 학자들을 포함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패러다임은 다수결로 지지되는 이해 가능 범위 정도의 그래프이며, 점의 좌표는 모든 순간의 이후에 발생할 사건의 모음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단선적이지만 사건은 분절적이다. 중세의 일상 용품을 통해 현대적 정보 통신의 중요성을 연상해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인식론적으로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도 매 시각 우리의 귀 밑을 지나치는 현상의 스펙트럼을 미리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주전자의 주둥이는 진화하지만 오브제는 아이콘으로 변태한다. 제 3의 시대의 지각능력을 넘어서는 제 4의 물결로부터의 아이콘은 명백히 부시맨 사회에 뚝 떨어진 빈 콜라병처럼 존재할 것이다. 

고로 사소하게 주어진 권한으로 가공품들의 밀림에서 집어든 것은 ‘존슨 앤 존슨즈 베이비 오일’이며, 제 3세계 인물 중 하나로서 (줍기의 권한을 제한다면) 이 오래되고 대중적인 상품에 대한 새로운 패티쉬를 설명하지 못한다.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 역시 아직 수렴되기 이전의 모든 사건들처럼 즉흥적이다. 특정 공산품이 상징할 법한 다른 거대 담론을 기대해 봐도, 용기의 형태적 흥미에 주목해도,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질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들어가 보아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오일 히스테리의 원인에 대해 답을 찾아내지 못한 ‘작가’는 2차 자료의 수집을 시작한다. 

한 계간 잡지에서 발췌한 예의 ‘특집 토론’에 등장하는 세 명은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자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계몽’해야 하는지를 연구해보지만, 그 모든 대화 방식과 단어는 태생적으로 제 3의 방법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의미는 다른 의미의 표면 위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다. 언어는 무심코 언어를 흉내낸다. 주석에는 또 다른 정의가 따라오고 외부와, 그 외부의 외부가 텍스트를 부연한다. 

원전 없는 번역, 부유하는 정의, 징후적 사건, 혹은 맴도는 냄새처럼, 영원히 주인을 알아낼 수 없는 누군가가 벗어놓고 간 옷가지처럼 누덕누덕 기워진 언어는 구상하는 동시에 어떤 것도 명확하게 지시하거나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 파편의 선구자들은 후손들과 함께 (담화 자체에 내포되어 있다고 믿어지는 질료를 머금는 대신에) 무수히 포개어져 무한히 자기 자신만을 반복한다. 이로서 세상은 가상에 잠식된다.

얼핏 절대적 근원을 부정하는 듯한 이 움직임은 (보드리야르가 받는 오해처럼) 일종의 종말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고정된 공간에 놓인 석화된 표상들은 시간의 어깨 너머로 시시각각 밀려나며 명멸하는 실체의 흔적을 응시한다. 그러나 파동은 한 가지의 차원으로 침잠하지 않고 스스로 진동하고 의미들을 발산한다. 프랙탈의 장 속에서는 형태가 내용을 부르고 변이가 의미를 만든다. 이곳에서 오브제는 시간의 빗겨진 차원으로 내달리는 변주된 공간의 계열이며, 대상을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머금는 시간의 언표이다.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차원의 틈에 고정시키고 그 외의 모든 사건의 층위를 펼쳐놓았을 때, ‘유사세계’의 조간 신문 한 모퉁이를 스크랩해서 손아귀에 꼭 쥐고 있을 때, 어디에서나 ? 어지러운 책상 위건 동네 구멍가게에서건 ? 시공의 흥미로운 파편들은 신대륙의 보물처럼 잠재되어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DILBERT Dogbert’s Big Book of Business 2 스콧 애담스 지음 / 박형권 옮김, 미래미디어 발행, 1996, p15 만화가 스콧 애담스는 자신의 직장생활경험을 토대로 직장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실제적인 룰을 제시한다. 기존 통념에 위배되는 ‘딜버트의 법칙’은 무능한 직원일수록 출세가 빠르며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선량한 사람들이 배척당하는 관료주의 시스템을 풍자하고 있다. 

2) 3개씩 18층으로 이루어진 나무 블록 탑의 맨 위층 블록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블록을 하나씩 빼서 다시 맨 위층에 쌓아 올리는 보드게임. 

3) 감각할 수 있으나 지각할 수 없는 것. 볼 수도, 만질 수도 있으나 단지 이해 불가한 오브제. 그리고 때로 이 오브제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사건을 일으키고는 한다. 영화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Borat: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 2006)> 은 신대륙에 ‘떨어진’ Borat이 카자흐스탄인을 위한 미국 문물 소개라는 다큐멘터리를 가상으로 수행하며 문화적 이질성과 엽기 유머를 통해 현대 미국의 초상을 재구성한다.

 Oilism: A participatory paper making, food and video installation, based on an imaginary article about a generation of people, 2003   

오일리즘 프로젝트 중 각주 작업 - Soap and Eyes의 토론 발췌 (2003) 

전환시대 교육의 지평; 오늘의 교육을 바라보는 전문가 3인의 시각 
1. 우리 시대의 교육 - 우리가 꿈꾸는 세계 

G: 오늘날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혹은 의미를 지니는 교육이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겠는데요, 이런 보편적인 이슈가 문화 예술계에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또는 어떠한 대안책이 제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간략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보혁명 이후로 가장 큰 과도기로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를 거칠게나마 정리해 보았으면 합니다. 
A: 우리의 젊은이들은 60년대의 ‘상실의 시대’ 를 거쳐‘오일의 시대’ 에 와 있습니다. 히피들이The Aquarian Age 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반면, 다음 세대는 과거에 대한 환상이나 고전에 대한 회귀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오일을 숭배하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다다’가 희망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순환론이나 헤겔의 이론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겠죠. 우리가 포스트- 아방가르드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다음 세대들(O. L) 은 우리의 선배처럼 반항적이지도, 우리처럼 사회적인 안정을 추구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진정한 호모-루덴솔리움(Homo-ludensoleum)으로 자신들을 명명하며 개구리의 노래를 부르고 토끼를 기릅니다. ‘V’가 나치의 대중 선동용 상징물을 차용하고 기존 사회에 대한 혼란과 자기 파괴를 이용해 젊은이들을 설득한 것과 달리, 우리의 젊은 세대는 말이 없습니다. 이전의 사고방식으로는 그들을 다룰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기성 사회와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이며, 사회적인 계급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재생산 하는 교육의 작용이 작금에 와서 불가능해진 이유입니다. 
B: O. L에게는 자기 자신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며, 지독히 자기중심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며칠씩 방에 틀어박혀 소비하는 것은 오일밖에는 없을 지라도 그들의 삶이 완전히 무정치적이거나 반사회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개를 혐오하고 토끼에 열광하는 이유는, 개가 주인에게 보이는 지극한 사랑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죠. 애완동물이 주인보다 활기차게 알파파를 전해주는 것 이상으로 이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그들의 토끼에게 전달하는 일에 집착합니다. 이들이 말이 없는 이유도 토끼 취향이라 규정 할 수 있는 것이죠. 
C: 구세대 신세대는 오일을 얼마나 소비하는가에 의해 구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오일을 사 모으고, 오일 이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듯이 보입니다. 이들은 TV나 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고 있고, 또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와의 간극을 넓히고 있습니다. 
A: 물론 O. L 들 중에도 많은 부류가 있습니다. 오일을 소비하는 양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실상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며 다양한 사고를 한다 해도 오일리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태되어 가는 실정입니다. 또한 애석하게도 도태되는 이들은 기존 사회를 유지하던 지도자를 표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의 교육의 한계를 찾아볼 수 있겠죠. 이들을 주도해가는 것은 반사회적이라기보다는 반교육적 태도입니다. 두 자세는 유사해 보이지만 같지 않죠. 이것은 과거 주류 이즘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서, 이들이 가지는 사고의 평이함, 반교조적 특성과 맞물려 사회적 조망능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객체끼리의 합리적이고 예리한 반발이 아니라 큰 주체의 일부를 구성하는 감각적 수용체로서의 기관으로서만 작용합니다. 많은 O. L들은 시선이 닿는 거리, 이들의 팔 다리가 움켜잡을 수 있는 물체만을 실제로 인식합니다. 이들에게는 감각기관을 벗어나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보호나 인권 운동 같은 거대 관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랑’이나 ‘평화’, ‘평등’ 따위의 관념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폐유를 거리낌 없이 하수구에 부으면서도 자신의 눈앞에서 구멍으로 흘러 들어가는 오일이 그 이후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되는지는 인식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폐기물이 단지 사라지는 것뿐입니다. 파이프를 흘러간 기름이 어딘가에서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기존 사회에서 개혁적인 몇 가지 이데올로기가 오일의 시대를 거치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몇 세대 전의 가장 큰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요. 몇 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자정작용을 위해 정화조에서 화학 약품을 치는 대신에 작자의 뒷마당에 탱크를 설치하고 박테리아를 배양해서 조석으로 관리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죠. 이들은 사회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주체적 태도가 없습니다. 이것이 교육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이지요. 
G: O. L의 문제가 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십니까? 
C: 물론 이들이 이들의 입장을 선언하거나 태도를 직접 명명하지 않으려는 만큼 , 정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윗세대의 이념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성공적인 방식이였으며, 지금의 사회적 불안 속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은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B: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정의를 통해서 이들의 특성이 단순화 된다는 허점이 남습니다. 이들이 ‘조용히’ 할리우드 고전영화나 영국의 해머 스튜디오 영화를 모은다고 해서 고전적인 성향이나 역사적 의식을 가진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마티스와 로스코는 이들이 열광하는 아이콘이고 누구든지 방에서 로스코 달력 정도는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기에 일상에서 반복되며 나타나는 이 이미지들이 그렇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오일관 앞에서 까무러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있습니까? 처음에 오일 붐이 일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이 인간관계의 스킨쉽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우리의 예측을 빛나갑니다. 존슨 앤 존슨즈의 베이비 오일 기념관은, 이들이 그토록 몸을 움직이는 것을 어색해함에도 불구하고 연일 만원입니다. 거대한 오일관 앞에서 졸도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오일에 대한 조용하고 열광적인 신도라는 걸 알려주는데 정상적인 사람들은 오일이 주는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의 차이 속에서 이들과 설득력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쳬셔 고양이는 웃고 있지만 긍정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우리는 가장 음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죠. 
C: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종류는 매우 동물적인 인간이고, 다른 한 종류는 신성한 잉여로서의 아름다움의 유혹에 민감한 인간적인 인간입니다. 이 두 부류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성향과 욕망의 충족방식에 있어 구성성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죠. 물론 인간 유형을 극단적으로 나누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 두 가지 유형 사이의 다양한 혼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충분히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소비 욕망을 충족시키려면 다양한 문화의 존재방식이 필요하고, 결국 오일 선호자들도 소비자니까. 영화, 음식점, 옷가게, 철학관….
B: 그리고 음악을 예로 들어도 클래식, 트로트, 왈츠, 팝에 민속음악까지 어마어마한 장르가 있으니까.
C: 그렇죠. 그 모든 걸 다 듣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또 어느 한 가지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 거니까. 문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나 향유하는 사람이 취향에 맞게 만들어내면 또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즐기고, 어찌 보면 단지 취향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오일리즘도 크게 보면 전체 세대적 취향이랄까. 문화적인 억압이나 설득, 강요가 다양성을 얼마나 해치게 되는지 모두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한가지 신이나 한가지 소리, 한가지 생각이 지배적인 사회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A: 그렇지만 테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떻습니까? 시민으로서의 교육, 책임의 막중함을 알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 같은 당연한 개념이 취향이라는 명목 아래 거부당한다면요? 게다가 대부분의 새로운 것들은 그렇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급진적입니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어도 뭔지 모르는 것들, 게다가 다른 상황에 놓였을 때는 또 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조화가 일어나지 못한다면 새로운 테제는 낡은 것을 대신할 뿐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많은 환상적인 것들을 상상하게 했습니까? 사람들은 그것이 평등하고 완벽에 가까운 사회구조를 이루어내는데 일조할 거라 기대했고 결국 세피로트의 보카노프스키 법이 공유, 균등, 안정을 이루어냈습니다. 
공유, 균등, 안정. 얼마나 황홀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1789년 8월 대집회 이후 행복과 미덕의 비결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질식할 것 같은 격한 감정이 거세되는 관계, 그로 인해 사람들은 같은 권리, 같은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 신파플로프식 훈련이 안정된 시민을 육성하는 길이라는 것. 그러나 그 독약의 맛을 본 지금, 더 이상 공유, 균등, 안정의 표어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인 암이 어떤 식으로 전체 개체를 유지하는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O.L에게 교육은 가능하지 않을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러한 변이가 전체 구조의 어떤 결핍에서 기인했는가, 혹은 무엇과 상쇄되는가, 하는 것들이 전체 조화를 위해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일 겁니다. 
B: 교육의 정당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들을 어떻게 욕조 밖으로 끌어내는가에 대한 문제가 먼저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감독님의 올해 영화 ‘House and home’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겠군요. 
A: 직물 같이 얽힌 시간 구조에 희화화된 O.L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걸음걸이, 표정 모두 어색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Ian의 작업실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은 정상적인 의사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횡설수설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모습이 O.L의 관심을 끌었다고 봅니다. 외부인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 가에 대한 호기심에 있었는지도 모르죠. 키퍼의 경우를 보면 O.L 들이 예술과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나는 이들의 행동 양식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들이 외부를 인식하는 방법, 세계관, 생명의식, 성 관념 등등이 모두 흥미로웠지만 그들을 비꼬려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눈에 이들은 비틀어지고 넘어지고, 웃음거리로 제공되지만 이들은 이 영화가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House and home’ 이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매력을 지닌다는 사실에 나를 Ian과 동일시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나 역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표피적으로만 이들을 이해하고 설득력을 가질 뿐입니다.
B: 이런 것들이 이들과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기 힘든 증거입니다. ‘정아나라 정민국민’은 오일 매니아들의 무릉도원으로 여겨지는 이상향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괴팍한 사드, 매져 취향을 드러내는 암시가 가득한 동화로 읽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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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ap and Eyes 가을호에 실린 대담. 중요한 사안이 시리즈로 다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O. L 들에게는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사회 주도적 인사들의 오일리즘에 대한 특집과 대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오일 매니아의 입장은 소외되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대표적인 진부하고 고루한 편견을 또 한번 드러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O. L이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출판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2) 절대적인 가치관이 허물어진 시대. 흔히 ‘상실의 시대’를 거친 후에는 전체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3)오일의 시대. 물의 시대에 견주어 멘디에타가 그녀의 실루엣 연작에서 처음 언급했다. 

4)점성학에서 말하는 자유, 평등, 우애의 시대. 

5)오일리즘 세대. 팩카시는 이 용어를 그의 저서 "The Children of Oil"에서 언급했다. “O. L에게는 O. L 말고는 중요한 것이 없다.” 

6)'말하지 않고 말하는 인간이 지혜로운 것이다.' Blood, Sweat and tears : The Evolution of Work Thomson Learning 

7)‘토끼의 입은 당근을 먹기 위해, 코는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 김예린 <토끼를 가까이하자면 > 도서출판 서원 

8) O. L은 외부에서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들이 서로를 직접 언급할 때는 오일 소비 방식에 따른 각자의 명칭을 따른다. 

9) 교육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최소 단위의 명제: 모든 사물은 각각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10) ......이들이 윗통을 벗고 둥글게 앉아 서로의 몸에 조심스럽게 오일을 발라주기 시작했다.......곧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시 기름통을 들고 들어와 도열해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통에 넣었다가 꺼냈다,...서로의 피부에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대고...성숙한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는 접촉 결핍의 상태가 아닌가... <탐구와 생활> 중 기록.

11) 11 30년대에 존슨 앤 존슨즈 베이비 오일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기념관. 올리건 주에 위치해 있다. 곧 중앙 전시관을 리모델링 할 예정이며, 57만 ft의 건물, 28만 ft의 조각공원으로 된 이 프로젝트의 총 9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 중 올리건 시는 3280만 달러 보조금과 3500만 달러 가치 대지의 무상임대를 약속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연간 2500만의 방문객이 예상된다. (Timothy williams, ‘Stilted Oil’ December 4, 14)

12)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 논문을 참조할 것. Tony Bennett, “A Thousand and one troubles: Black pleasure Beach.” (Formations of pleasure: Black pool. - Formations of pleasure,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1983)그리고 “Hegemony, Ideology, Pleasure : Blackpool.” (Tony Bennett, Colin Mercer, Janet Woollacott 편집의 Popular Color and Social Relations, Milton Keynes, Open University Press, 1986) 

13) 고양이의 한 종류. 영국 햄프셔 지방의 고양이로 웃으면 서서히 사라지면서 줄무늬와 얼굴만 남는다. 새로운 변종이 학계에 속속 보고되고 있으며, 꼬리부터 사라지는 것은 뉴햄프셔 체셔캣으로 불린다.

14) 일련의 성장억제조치로 구성된 강제 발아법. 정상적인 성장을 외부 요소를 이용해 억제할 때 세포가 그것에 대응하여 발아 현상을 일으키는 것. X선으로 난자를 처리, 발아시킨 후 냉각기, 알코올 처리를 거처 하나의 세포에서 동형동질의 균질한 개체를 얻는 방식. Brave New World A.L Huxley 1932

15)시인 로빈슨 제퍼스의 표현대로 “신성한 잉여로서의 아름다움(divinely superfluous beauty)”이라는 것, 특히 매장된 주검이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자세에 대해서 죽음이 인간의 자궁으로 돌아간 것이라 해석하며 조지프 캠벨은 “잉여의 아름다움을 압도하는 신비의 첫 체험”이라고 언급.

16)이 작품은 뉴욕의 부르주아 출신 예술가인 ‘나’의 일인칭 고백 형식으로 씌어진 ‘시간’의 장대한 파노라마이다. 제 3공화정 시대의 귀족, 부르주아의 풍속사인 동시에, 화자의 기억을 통해 탐색된 인간의 심층 심리학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그 복잡 다난한 구조 때문에 고딕 양식의 대성당에 비유되기도 하고, 교향악에 비유되기도 한다. 작가의 행복한 유년 시절, 사교계 생활, 연애 경험 등을 기억에 의해 재구성한 것으로, 복잡하게 얽힌 테마를 긴밀하게 결부시키면서, 잔혹한 시간의 흐름에 풍화되어 가는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사회를 그려낸 하나의 커다란 그림 두루마리이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서서히 좀먹고 파괴해 가는 ‘시간’의 힘을 뿌리칠 수 있는 무엇인가 절대적인 것을 갈망한다. 바보들의 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호레이, 호레이! 우리는 모두 미쳐버렸네!’ 는 Ian의 작업실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작업을 방해한다. 모두들 그 작업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모든 이야기는 그다지 들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질리면서 Ian은 자신의 작업에도 정나미가 떨어진다. 최초의 가치가 수많은 이야기, 반복되는 설명에 의해 와해되고 희석되어 결국 이들이 그의 작품을 사가고 나서 Ian은 이들과 자기 작업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떠나간 작가가 신화적 존재처럼 남아 화자 되고, 그럴수록 작가의 복제 이미지가 Ian이라는 캐릭터를 압도하며 그가 남겨둔 작업들과 함께 새롭게 살아남는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기획 당시에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3년 후에 Jean Cocteau가 작품 구상을 현실로 옮기게 된다. 

17)쿠스핏: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거기에서 당신이 의도한 양면성을 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양면성 속에서 미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키퍼: O.L은 사물의 표피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에게는 미의 개념이 대단히 난해합니다. 나는 한 작품을 하는 데 5년이 걸렸지요. 그것이 ‘아름답게’ 끝나기는 했지만 그렇게 애쓸만한 가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쿠스핏: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서정시를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을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아름다운 예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미는 무책임하다라는 생각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키퍼: 나는 예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습니다만 예술은 예술이기를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많은 종류의 예술이 예술로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미니멀 아트는 현대의 좋은 예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수’예술은 내용을 위협합니다. 내용은 항상 존재해야 합니다. 나의 내용은 현대적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치적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행동주의 예술이지요. 

쿠스핏: …….아이시스와 오시리스를 주제로 다룬 작품과 핵 에너지를 주제로 다룬 또 하나의 작품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작품은 마주보는 벽에 걸려 있었는데, 크기와 처리에 의해서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연결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두 작품은 어떻게 공존합니까?

키퍼: 나는 정신적인 힘과 기술적인 힘의 연결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신적인 힘의 기술적인 가능성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오시리스가 14점 속에 있고 핵 더미가 14개의 봉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최소한으로 암시하고 있는 작품 간의 물질적인 상호 작용은 보다 심오한 정신적인 상호 작용을 암시합니다. 아이시스와 오시리스 이야기는 재생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재생이야말로 내가 핵 이야기의 주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자의 이야기 입니다. 아이시스가 남근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을 당신은 상기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핵 더미는 일종의 남근입니다. 그것은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힘을 건설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힘의 재생에 관한 의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쿠스핏: 당신은 현대미술이 특히 재생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키퍼: 그렇게 느낍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사고에 충분한 양분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미술은 매우 근친상간적입니다.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미술이 아니라 다른 미술에 대해 반응하는 미술이지요. 세계에 대해 사고하는 것도 기껏해야 미술 외부에 있는 사물들에 반응하거나 간절한 필요에서 나올 때뿐입니다. 

쿠스핏: 양면성 이외에 당신은 당신의 미술에서 무엇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까? 

키퍼: 아마도 그노시즘 사상가 발렌티누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그 질문에 가장 적절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세계가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으며 우연히 끝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8)‘정아나라 정민국민’ 홍윤정 도서출판 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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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8 경향의 잡지. 이미지의 난잡한 불연속적 편집으로 유명하다. 초기의 편집인은 비토 아콘치였으며, 후에 기욤 아폴리네르로 교체 된 후 발전하며 사회비판적이면서도 통속적인 대중 문화 전반을 다루는 잡지로 알려지게 된다.

2) 오일리스트를 말한다. 어휘가 단순하고 문장 해독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때로 전형적인 사무직 여성처럼 보인다.

3) 쿠바 태생의 미국 행위 예술가. 그녀는 자신의 몸을 자연 환경의 일부로 의식하고 표현하는 ‘대지-육체 조각’을 발표하며 행위예술가로 활동했다. 자
신의 아파트에서 실족하여 요절.

4) 그들의 경쟁은 그들 사이에서 시작하며 각자 따로 승리에 다다르고는 한다.

5) 크라우스는 펑크의 자기 모순적 구호와는 또 다른 모순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6) 미국의 재즈 록 그룹. 쿠퍼의 주도 아래 캇츠(Steve Katz, 1945~), 클레이튼-토마스(David Clayton-Thomas, 1945~), 브랙커(Randy Brecker, 1945~), 흘
리건(Dick Halligan, 1943~), 콜롬비(Boddy Colomby, 1944~)등을 주축으로 다양한 잼 세션을 통해서 하드 록 밴드가 지배하던 당대의 음악계에 신선한 흐름을 가져왔다. 1968년 첫 음반 ‘아이들은 그들의 어른’을 발표한 뒤 리더격이었던 쿠퍼가 탈퇴했으나 이듬해 동명의 두번째 음반을 발표해 그래미 상 수상 

7) 이 책에는 토끼의 의사소통에 대한 여러 가지 이해 방식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이 ‘토끼 모양 잠자기’이며, 이 포즈를 위한 침대가 고안되기도 했다.

8) 주인공의 실제 모델. 영국의 팝 저널리스트이자 음악사가. 본명은 이언 맥코믹. 68년 이후로 작곡가로 활동하며 누노 등 전위 예술가들과 같이 하다가 73년부터 팝 전문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에 칼럼을 기고해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완전히 새로운 쇼스타코비치’를 발표하며 화가로 변신했다. 전위적인 그의 페인팅은 90년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주요 저서로 ‘머릿 속의 바람’ 등이 있다.

9) 프랑스의 작가. 1909년 첫 시집 ‘알라딘의 램프’를 출판한 이래 그리스 신화와 중세 인간의 비극 등을 다뤘다. 발레 ‘옥상의 황소(1920)’, ‘에펠탑의 신상 신부(1924)’, 희곡 ‘오르페우스(1926)’와 ‘지옥의 기계(1934)’, 영화 ‘시인의 피(1930)’, ‘미녀와 야수(1945)’등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았다.

10) 그노시스트들은 그리스도교적 주지주의(主知主義)라고 주창하고 이성 편중에, 보통 그리스도교 신앙지식 이상의 신비적 신앙지식에 도달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신앙적 태도는 신앙의 실제를 벗어나 사변(徙邊)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결과 그리스의 철학 및 동양의 여러 종교 관념과 그리스도교 교리와의 혼합이 생겨나, 단순 소박한 신앙심을 현혹시켰다. 그 대표자로는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마술사 시문이 처음이고, 2세기의 사토르닐로스(Satornilos), 바실리데스(Basilides), 3세기의 발렌티누스(Valentinus)등이 있다. 그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조주와 예수가 말한 아버지 하느님을 구별하여, 전자를 데미우르고스(제작자)라는 하급 신이라고 주장하였으며, 또 우주가 이에 의하여 창조되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영(靈)과 물질을 이원적으로 대립시켜 놓고 그리스도가 취한 육신은 참 육신이 아니고 가짜였다고 주장하였다. (Docetism) 이를 통해 인간의 구원은 그리스도의 영의 힘으로 육체를 벗어나 영화(靈化)되는 데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정통파로부터 배척되어 3세기 경에는 쇠퇴했다. 그노시스의 어원은 그리스어로서 인식, 앎, 지식 또는 깨달음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그 종교적이고 복합적인 의미 때문에 보통 그노시스, 영지라 한다. 그노시스는 구원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믿음과 대등한 개념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믿음보다 더 중요하고 앞설 뿐만 아니라 믿음을 능가하는 높은 차원의 단계이다. 이 때문에 교회 안팎에서 많은 논쟁과 이론이 생기게 되었고, 또 온갖 가정과 추리가 속출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노시스는 그 단어가 지닌 복합적 의미 때문에 번역할 수 없는 것이다. 초기의 그리스도교 저술가들은 천상적 신비에 대한 인식이나 깨달음을 그노시스라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 불교 학자들은 그노시스를 불교적 깨달음, 영적인 뿌리와 닿은 영, 혹은 주인공, 관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 이단 학파에서는 이를 밀교적 인식으로 이해하여 소수의 선택된 소수만의 특권으로 받아들였다. 대표적 그노시스 주의자인 발렌티누스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요소, 즉 물질과 정신, 영적인 것이 존재한다. 여기서 영적인 요소는 하느님도 모르게 몇몇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권으로, 이 영적 요소가 바로 하느님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내적인 힘이며 원동력이다. 구원이란 바로 이것을 통하여 물질로부터의 해방과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에게도 세 가지 부류가 있는데, 육체적 인간, 정신적 인간, 영적 인간이 그것이다. 육체적 인간은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고, 오직 영적 인간만이 구원될 수 있다. 정신적 인간은 어렵지만, 그래도 그노시스와 예수를 본받는 실천을 통해 구원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이 그노시스 사상의 체계는, 첫째 이원론적 우주관 아래 영적 세계와 물질 세계의 이어질 수 없는 심연의 관계에서 우주를 고찰하고, 둘째 제 2급의 신에 의해 창조된 물질은 무질서에 의한 싸움과 타락 등으로 생겨난 결과로서 악이라는 것이며, 셋째 인간은 대부분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졌으나 그 중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영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그것이 바로 구원과 해방의 원동력이라는 것, 그리고 각 차원의 세계에는 모두 중개자가 있어 이 중개자를 통하여 상급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나 테오필루스 등의 ‘그리스도교인은 참된 지식, 즉 그노시스를 지닌 사람들이다’라는 말에서 초기 기독교가 그노시스 학파와 거의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11) 처음에는 알렉산드리아에서, 나중에는 로마로 가서 교육활동에 종사하였는데(135~160), 오리게네스, 클레멘스 등은 그의 제자이다. 발렌티누스 주의를 제창하여 절대자를 완전한 아이온으로 하고, 인간과 사이에 몇 개의 단계를 두어, 사람은 이 단계를 예수로 나타난 그리스도의 힘에 의해서 상승하여 신적으로 충만해지고 구원 받는다고 설파했으나 후에 이단으로 몰려 파문당했다.

12) 왕 정아가 많은 정민들을 거느리며 겪는 사건들을 그린 소설. 왕은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수많은 정민들은 그럴수록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한다. 정민들은 이러한 이들의 인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데 방랑자 성미와 경아가 등장하면서 나라는 대 혼란에 빠진다. 정아 왕은 여전히 강하지만, 성미와 경아의 반항을 보며 수많은 정민들이 자신의 책무에 회의를 느낀다. 49가지 에피소드와 12시리즈로 구성된 이 소설은 7개 국어로 번역되어 O.L의 살아있는 고전이 되었다.  

 

백과 전서 발굴 복원 프로젝트 작업 노트 (2004) 

<마녀의 서(書) : 주제별로 정리한 체계적인 백과사전 (Encyclopdie mthodique ou par ordre de matires) 발굴 복원 프로젝트 (2004) >

  • 하나의 시간장(場)에 혼재하는 메타픽션(meta-fiction)
  • 배열과 반복-자기 지시에서 가능한 최상의 조형논법
  • 이성적 일상을 지탱하는 감각적 리얼리티

시간의 추이, 동시다발적인 태도, 행위의 장, 상호 텍스트적 이미지, 고립된 설정과 판단을 배제하고 이미지와 정보의 나열이 드러내는 언표가 곧 작업이 되는 것. 읽는 것과 동시에 만드는 것, (중심을 찾아 헤매는 대신) 미로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 작가와 작업의 거리와 메타픽션의 장치, 유사 세계의 다른 나와 다른 대상, 동시에 등장하는 균열 시공. 그리고 비록, 희망 사항일지라도 시도해 보는 것. 

미로가 신비로운 이유는 내부에 미노타우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길을 잃게 만드는 그 형태 때문이다. 의도는 행간에 숨고 등장하는 것들은 제각기 다른 언표들을 수행하며, 작가와 작업의 거리는 메타픽션적 장치가 된다. 이런 장치를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발굴자, 연구가, 복원가가 되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이야기를 더듬어 나간다. 고로 이 작업은 허구적 텍스트가 실제의 사건을 서서히 압도하며 허구와 실제가 혼재되어 가는 과정과 상상의 증거를 모아가는 과정이다. 

Excavation No26

194x130cm

Oil on canvas 2004 

Print-paper from my friend's notebook, drawing on the foil from chocolat bar. All the material used was on the table at that moment. 

Yes, we are talking about this as 'the symbol of fourth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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